이 책의 저자 '스테퍼니 랜드'는 작가를 꿈꾸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하게 되면서 고난이 시작된다.
친구도 만나고 자신의 꿈을 위해 이것저것 투자할 수 있었던 시간과는 달리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쪼개고 또 쪼개야 하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시간을 쪼개고 가지고 있는 돈을 쪼개고 아이와의 시간을 쪼개가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게 된 데에는 아이의 생부인 제이미의 폭력 성향도 한몫하게 된다.
아이의 생부에게도, 이혼해서 각자의 가정을 꾸린 그녀 자신의 부모에게도 전혀 의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정말 처절하게 발버둥 친다.
그녀가 당장 할 수 있었던 일은 가사도우미.
비정규직인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힘든 직업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자신의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 만큼의 일을 받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녀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유령처럼 고객의 집에서 청소를 해나가는데, 그 일의 고됨은 이 책 여기저기에서 뚝뚝 묻어난다.
그렇게 고된 일을 하는데도 최저임금 정도의 돈 밖에 못 받는 상황.
거기다 그렇게 생계를 위해 애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딸인 미아와의 시간이 준 다는 것,
일을 허탕이라도 치는 날엔 당장 다음 달 일상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절박감 등등...
이 책은 읽어갈수록 너무나도 처절하다.
특히 식료품 구매권으로 뭔가를 구매할 때마다 보이는 사람들의 적대적인 눈빛이나 딸인 미아가 아파 병원을 갔을 때 '엄마가 더 노력해야죠'라는 투로 말하는 의사에 대한 묘사는 글을 읽고 있는 내 마음까지 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내가 낸 세금으로 너 같은 사람을 먹고사는 거'라는 티를 팍팍 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네가 감히 유기농 우유를 사먹어?' 라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녀가 거기서 더 어떻게 노력할 수 있는가.
여러 가지로 치사한 사람들도 참 많고 따뜻한 사람들도 참 많다.
하지만 스테퍼니 같은 사람들은 따뜻한 사람들에게만 의지해서는 살아갈 수 없다.
사회적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종종 복지혜택을 쓸데없는 세금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곤 하는데,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다.
그들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그런 위치에 내려가 있다고만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국 나의 숨통을 틔어주고 끝났다.
하지만 그녀의 삶이 획기적으로 나아졌을 걸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 책에 나온 정도로 사는 것만은 면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감사의 말에서 보니 그녀에게는 미아 이외에 코렐라인이라는 딸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그간의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그녀들이 더 이상은 사소한 것이 어긋나면 당장의 생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벗어났기를 바란다.
처음엔 스테퍼니의 부모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을 생각했을 땐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모라서 그런 건가..라고 생각하다 깨달았다.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문제라는걸.
우리나라에도 스테퍼니의 부모 같은, 아니 더욱 악랄한 부모들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미혼모, 미혼부들은 과연 스테퍼니보다 나은 상황에 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왜냐면 내가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막연히 저 정도는 아니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적어도 나만은 그들에 대해 편견이나 적대감을 가지지 않을 거라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에 대한 관심 가지고 계속 지켜볼 것이라는 것도.
그것이 이 책이 미국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나에게 전해 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