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뭉클팩으로 선정돼서 읽어보게 되었던 애니 프루의 '시핑 뉴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생각났다.
다행히도 시핑 뉴스는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는 달리 작가가 장담한 대로 해피 엔딩으로 끝났지만.
그 영화와 이 소설의 배경이 나에게는 푸른색이 감도는 회색빛같이 느껴져서인 것 같다.
한 남자의 인생을 부분적으로나마 따라가며 살펴보는 그 느낌 때문이기도 하겠고.
'시핑 뉴스'를 다 읽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다.
바로 이 책을 읽은 소감 같은 글을 쓰지 않은 것은 그 여운을 좀 더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로 써서 정리해버리고 나면 내 안에서 출렁이는 감정들이 한순간에 잠잠해져버릴 것 같아서.
이제 다시 한 번 되짚어 생각해보니 이상하게도 뉴펀들랜드의 이미지만이 머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뉴펀들랜드의 풍경이래 봤자 인터넷으로 찾아서 본 몇 장의 사진이 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코일과 그의 두 딸들, 애그니스,웨이비,데니스와 비티,잭 등의 개성 강한 인물들은 그저 그 풍경의 한 구성 요소로 느껴질 정도.
소설의 내용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인데도
뉴펀들랜드의 풍광에 대한 것들이 인상에 남을 만큼 그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그 생생함 덕분에 캐나다에 있다는 뉴펀들랜드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뉴펀들랜드에 찾아가 보면 지금도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바로 이 소설에 쓰여진 그대로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이 소설의 단락들은 '애슐리 매듭서'에서 소개된 매듭법으로 매듭지어져있다.
그 매듭법의 활용 방법 등에 대한 설명으로 인해 뒤이어 나올 이야기의 방향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코일은 어느 한순간도 힘들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묵묵히 그 모든 상황을 견딘다.
고모인 애그니스가 찾아와 그와 그의 딸들을 뉴펀들랜드로 이끈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선조들이 살았던, 어쩌면 고향과도 같은 뉴펀들랜드.
문제는 그들의 선조에 대한 그 지역 사람들의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코일은 자신의 선조들과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짓을 알고 경악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로 도망가거나 하지 않고 묵묵히 견뎌낸다.
그리고 그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웨이비와 조금씩 마음을 터놓게 된다.
다른 곳에서는 구박만 받던 그가 이곳에서는 자신의 일을 잘 해내 칭찬도 받게 되고,
딸들도 자리를 잘 잡아가게 되면서 그의 생활은 드디어 안정을 찾아간다.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중 사연 없는 인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연을 떠벌리거나 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나감으로써 그 아픔을 눌러 지우고 있다.
그들의 그런 삶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힘과 만나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바람에 의해 살던 집마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척박한 뉴펀들랜드의 환경이 아니더라도 삶은 예상치 못한 고난으로 힘들긴 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뉴펀들랜드 사람들의 모습에서
앞서 말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떠올랐던 것 같다.
마지막에 나를 조마조마하게 했던 잭마저도 생각지도 못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다 나름 행복한 결말을 맞은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랑은 돌아가면서 하나씩 꺼내 먹는 종합 사탕 봉지 속의 다양한 사탕 같은 것이고
우리는 사탕을 맛보듯 사랑도 이것저것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혀에 톡 쏘는 맛을 남기는 것, 밤의 향기를 일깨우는 것, 속이 쓸개처럼 쓴 것, 꿀과 독을 섞은 것, 금방 삼키게 되는 것,
그리고 평범한 눈깔사탕과 박하사탕 틈에 희귀한 것들도 섞여있다.
심장을 찌르는 것들 한두 알과 평온과 부드러운 기쁨을 주는 것.
지금 그의 손은 그 평온과 부드러운 기쁨의 사탕을 집으려 하고 있는 것일까?
시핑 뉴스 p.455
하지만 또 다른 고난이 닥쳐올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지만 이제 코일은, 그리고 웨이비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 모두는 걱정 없다.
그들에겐 서로가 있으니까.
그걸 생각하면 정말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