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 아저씨, 아주머니를 만나 서로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귀하게 대하는 법을 알아가며 어둡지만은 않은, 밝은 쪽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햇살 같이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그 온기를 나눠줄 줄 아는 새비 아저씨, 아주머니를 만나서 행복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삶이 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수행해야 할 일더미처럼 느껴진 것은. 삶이 천장까지 쌓인 어렵고 재미없는 문제집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오답 노트를 만들고, 시험을 치고, 점수를 받고, 다음 단계로 가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느껴진 것은.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
나 역시 지연이처럼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자 노력했고, 증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는 자꾸 자책하고 나에게 잔인한 말들을 내뱉었다. 그러나 삼천 증조모 친구 새비 아주머니, 지연이 친구 지우를 만나면서 내 곁에 이유 없는 사랑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스스로 '사람의 노력을 알아보고 애쓴 마음을 도닥여주는' 새비 아주머니,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다독여주는' 지우 같은 역할을 하며 나의 곁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단한 노력을 통해 나를 비롯한 모두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모습이 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고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길. 그동안 미안했다고 앞으로는 너의 편이 되어주겠다고 다짐하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길.
이처럼 나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과 바다를 보는 그 순간들이 나를 살아가게 할 것이다. 비로소 '이대로 충분하다, 좋다'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긴긴밤을 넘어 환한 밝은 밤을 맞이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