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처음 윤성희 작가님의 작품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만난 작품은 총 10편의 단편들이었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은 다 달랐지만, 분위기가 비슷해서인지 주욱 장편소설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
전에 읽었던 책 중 '올리버 키터리지'라는 책같은 느낌으로.
각각의 단편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눈에만 안 띄었다 뿐이지 저 뒤편 어디에선가는 이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이 단편들 속의 사람들은 그렇게도 아프고 죽어나가곤 하니 병원에서 스쳐지나가며 만났던 사이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정민과 민정은 결국 사귀게 된 걸까. 둘 사이의 시간의 공백이 잘 메워져서 행복하게 잘 살아갔음 좋겠다.
이렇듯 이 소설이 단편을 가장한 단편 소설이고 이 소설 속 인물들이 알게모르게 다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이 소설들의 현실감 떄문이었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거의 딱 달라붙어 있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들이고, 사람들이고, 이야기들이었다.
일단 나는 내가 병에 걸려있다, 그것도 암.
영순이처럼 나름 관리한다고 했는데도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재검을 앞두고 있다.
누구에게도 풀어낼 수 없는 그 억울함과 분노 덕분에 나도 욕이라도 한 번 터지면 도무지 그만두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나도 어릴 때 홍콩 배우 중 '원표'를 가장 좋아했다.
소설에서 나오는 '쾌찬차'는 물론 '프로젝트 A' 라던가 '청옥불' 같은 영화까지 다 찾아서 봤었다.
신랑과 조팝나무와 이팝나무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이 소설 속 인물들이 다 나와 같이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인 것만 같다.
그래서 좋았다.
때로는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때로는 내 주변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단편으로 구분지어지는 것이 내겐 의미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윤성희 작가님의 작품 속에 푹 빠졌다 나온 느낌이다.
아니 내가 소설 속에 들어가서 살다 나온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윤성희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 특히 장편 소설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아마도 2022년, 나의 첫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