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다.
나에게 한 친구가 있었고,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했다.
그러다 친구가 죽었고, 그래서 우리는 그것도 함께했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로 심경이 복잡했다.
이 책은 작가인 게일이 역시 작가이자 자신의 절친이었던 캐럴라인과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후의 과정을 담담히 서술한 책이다.
게일이 캐럴라인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가는 데에는 순서가 없다는 말이 사실인지 캐럴라인이 먼저 떠났다.
그것도 폐암 진단을 받고 7주 만에.
둘은 각자 자신의 글을 썼고, 같이 로잉을 했고, 수영을 했으며, 개를 산책 시켰다.
그들은 알콜 중독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으며 그 밖에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분명한 차이점도.
초반에 이 책의 저자인 게일이 자신의 알콜 중독 과정과 거기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할 때는 좀 지겨운 생각도 들었다.
나는 알콜 중독은커녕 알레르기가 있어서 술 냄새도 못 맡기 때문에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던 거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입장에서 보면 알콜 중독에 관한 이야기 부분이 그나마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둘이 잘 지내던 시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것도 잠시, 곧 캐럴라인의 폐암 투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일년 정도만 더 지나면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얼마 전에 받았다.
올해는 먹는 약을 좀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했었는데...
이제까지 한 모든 것에 다 무위로 돌아간 느낌인데다가, 다시 한 번 펼쳐질 그 과정들을 이제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렵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폐암 판정을 받는 캐롤라인과 그녀를 지켜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일의 모습을 글로 읽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계속 나와 신랑을 이야기 속에 대입해서 읽게 되더라.
반대로 생각해도 심란하긴 마찬가지다.
내가 살아남고 신랑이 먼저 간다고 하면 나는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아픈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결론을 알고 보는 영화와 같아서 현재의 시점에선 이미 캐롤라인은 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살아남아주길 계속 바라면서 읽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격정적인 감정도 절제해서 최대한 담담히 쓴 느낌의 글인데도 읽는 나의 마음은 계속 소용돌이쳤다.
5개월 뒤의 검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나에게 오늘 하루는 그저 다를 게 없는 하루다.
앞날에 나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구긴 채로 시간들을 낭비한다면 나중엔 그게 더 억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앞날을 걱정하며 우울해지는 건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다음이어도 늦지 않다.
사실 이제까지도 미리 걱정을 해봤는데, 막상 닥친다고 미리 해뒀던 걱정이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순간순간 행복하게 지내는 것.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이 책은 다시 한 번 내게 말해준다.
그래.
이제 우울해하는 건 그만두자.
억울해 하는 것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며 그저 견뎌나가보자.
이런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어쩌면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