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신호인 듯 인선이 노래를 시작했다. 처음 듣는데 어딘가 친숙한 멜로디의 자장가였다. 뜻 모를 방언들로 이뤄진 첫 소절이 끝나기 직전에 아마가 같은 소절을 허밍하기 시작해 엇박자 돌림노래가 되었다. 경이롭게 고요한, 동시에 미묘하게 어극나는 화음이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졌다. 귀를 기울이는 듯 꼼짝 않고 갓등 위에 앉은 아미의 얼굴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한쪽 눈은 벽에서 움직이는 인선과 아마의 그림자를, 다른 쪽 눈은 유리창 밖 마당에서 저녁 빛을 받으며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두 개의 시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건지 나는 알고 싶었다. 저 엇박자 돌림노래 같은 것, 꿈꾸는 동시에 생시를 사는 것 같은 걸까. 113p
마치 그 할머니가 p읍의 정거장에 서서 고요를 발하고 있었고, 이제 사라져 그걸 거두어간 것처럼. 12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