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끊어지다니. 사람이 끈도 아니고,"(p 89)
이 집안 사람들을 좀 안다며 조카며느리에게 사과하던 작은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조카 며느리는 알아보지만 정작 조카는 알아보지 못하는 작은아버지.
"딸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눈을 감았다 뜨곤 했다. 눈 깜빡할 시간. 그 시간에 빛이 지구를 몇 바퀴나 돈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고민은 하찮게 느껴진다고 했다."(p 96)
"엄마, 얼음 하고 회쳐. 그래서 나는 얼음 하고 말했다. 삼십 분이 지나도 한 시간이 짖나도 딸은 땡을 외쳐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가끔 얼음이 되어야겠다고. 나는 청년에게 지금은 술래를 피해 얼음이 된 거라고 말했다."(p 109)
싸우지 않고도 헤어질 수도 있고,
사랑하지 않고도 평생 살아갈 수도 있다.
가끔은 쉼표가 필요한 순간도, 더 처참해지지않기 위해 차선을 택해야 할 때도 있다.
분홍색 거북이 스티커가 붙어있는 킥보드를 훔쳐타고 즐기는 일탈은 덕선씨에게 즐거운 고통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마술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건 유머라고"(p110)
아들은 나를 종종 '진지충'이라 부른다.
유머를 간직한 채, 얼음땡 놀이의 '얼음'일 때를 즐길 줄 아는 지혜와, 그럼에도 소녀같이 킥보드를 즐기는 마음.
무엇보다 결코 끊어지지 않는 정신줄을 챙기는 노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