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보다도 몸을 울리는 소설들이 있다. 때때로 너무 괴로워 책장을 잠시 덮고 차를 한잔 마시고 돌아와야 읽을 수 있는, 그렇지만 결국에는 외면하고 다른 일을 할 수는 없어 '다시 펼쳐야만 하는' 책들이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도 그런 책이었다. 나에게 이 소설은 작별할 수 없기에 작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야기였다. 잊지 않겠노라는, 같이 있겠노라는, 기억과 고통과 옆에 있음에 대한 이야기. 『소년이 온다』에서 느꼈던 그 몸을 울리는 감각이 이번에는 화자와 인선의 입을 통해서 조금 더 예리하게 벼려진 듯했다. 최근 신체와 울(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언제나 예술은, 소설은 이론과 일반화에 저항하며 구체성을 갖고 다가온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