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형조가 김형래의 출소를 기다리며 시작되는 『2인조』는 교도소 동기인 두 인물의 덤앤더머 사기극이다. 절도 전문 나형조와 사기 전문 김형래는 서로의 이름에서 앞의 두 글자만 따 '나형', '김형'이라 부르며 교도소에서 키운 끈끈한 우정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출소 후 다시 만난 건 힘을 합쳐 큰돈을 벌기 위함이다. 김형래는 떳떳하지 못한 상태로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겠으니 큰돈을 벌어 떳떳하게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는데, 서술자가 개입해 독자의 황당한 마음을 대변한다. “아무리 너그러이 생각해보려 해도 범죄로 번 돈을 가지고 금의환향하겠다는 청사진이 떳떳하다고는 할 수 없다.”(20쪽)
두 사람은 각자의 특기를 살려 재개발로 벼락부자가 되었으나 세상 물정에는 어두운 타깃을 찾아 영인시의 부촌에 들어선다. 이제 스펙터클한 2인조 사기극의 막이 오르나 싶었으나 동네 초입에서 걸어가던 노인과 교통사고가 난다. 노인을 병원에 데려가고 사고 난 차는 보험 처리하면 해결될 일을 그들은 할 수 없다. 두 사람이 탄 차는 나형조가 훔쳐 온 장물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자기 집으로 가서 이야기하자며 두 사기꾼을 겁도 없이 집으로 들이는데, 알고 보니 시한부 판정을 받아 집 나간 아들과 손녀를 죽기 전에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기 위해서였다. 부탁을 들어주면 1억을 주겠다는 노인의 말에 두 사람은 그들의 대업을 이룰 수 있겠다 생각하며 승낙한다. 나형조와 김형래는 그날로 노인의 아들과 손녀를 찾아 나서고, 어설프지만 점점 타깃에게 가까워진다.
사기 치려고 들어선 부촌에서 만난 의문의 노인, 처음 본 수상한 남성들에게 가족을 찾아달라며 덥석 착수금을 준 것, 어렵지 않게 노인의 아들과 손녀를 찾는 것까지. 이상하게 운수 좋은 나형조와 김형래의 추적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 마지막까지 마음 졸이며 읽었다. 그리고 어딘가 모자라고 웃픈 두 사람이 합법적으로 돈을 벌어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정해연 작가님이 이 나쁘고 착한 놈들에게 깔아놓은 길은 과연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었으니, 이번 작품 역시 믿고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