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스위치를 켠 듯 꿈속의 감각이 되살아나 나는 숨을 참는다. 눈 덮인 땅에서 스며 나온 물이 자작자작 운동화 밑창에 밟혔다. 무릎까지 삽시간에 차오르며 검은 나무들과 봉분들을 휩쌌다.
꿈이란 건 무서운 거야.
소리를 낮춰 나는 말한다.
아니, 수치스러운 거야.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폭로하니까.
이상한 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밤마다 악몽이 내 생명을 도굴해간 걸 말이야. 살아있는 누구도 더이상 곁에 남지 않은 걸 말이야.
아닌데, 하고 인선이 내 말을 끊고 들어온다.
아무도 남지 않은 게 아니야, 너한테 지금.
그녀의 어조가 단호해서 마치 화가 난 것 같았는데, 물기 어린 눈이 돌연히 번쩍이며 내 눈을 꿰뚫는다.
……내가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