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가 너무 높아서 정말 조금씩만 읽어야 소화가 가능한 책들이 있다. 오랫만에 천천히 공들여서 씹어야만 하는, 버거워서 여러 번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 그렇지만 끝내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을 만났다. 새, 혼, 눈, 재와 같이 가벼운 것들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어떻게 그렇게 묵직할 수 있는 건지. 마치 밤하늘을 수천년동안 하강해왔을 눈송이처럼 무거웠다.
이 책의 제목이 "작별하지 않겠다"라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단언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사라진 사람이든, 오래 전의 사건이든, 순환하는 물처럼 영원히 우리 곁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작별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