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이 존재하건, 혹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건 나에게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 것이다. 나에게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 온 존재를 통해 듣고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에게도 예전에 많은 것들이 존재했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그렇게 보였을 뿐 실제로는 그때도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게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내 안에 조금씩 뿌리를 내렸다. 그러자 갑자기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 않게 되었고 그들에게 신경을 쓰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