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눈이 먼 여자여! 죽은 몸이지 듣지도 못하겠지! 내 그대를 위해 어떤 천국을 준비해었는지 그대는 모른다. 천국은 내 영혼 속에 있었고, 그대 주위를 온통 그 천국으로 꾸며주고 싶었다! 그래,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겠다면, 그렇게 하라, 그게 뭐 어때서? 모든 것이 그렇게 그대로였을 텐데, 모든 것이 그렇게 그대로 남았을 텐데. 그저 친구를 대하듯 나에게 이야기했더라면, 우리는 기뻐하고,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즐겁게 웃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함께 살았을 텐데. 그리고 설령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해도, 뭐, 그래도 좋다. 그래도! 그대가 그 사람과 함께 길을 가며 소리 내 웃으면, 나는 그저 길 건너편에서 조용히 바라보았을 텐데…… 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다, 단 한 번만이라도 그녀가 눈을 뜰 수 있다면! 한순간, 단 한순간만이라도! 조금 전, 내 앞에 서서 성실한 아내가 되겠노라 맹세하던 그때처럼 나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 아, 그렇게 날 한 번만 바라봤더라면 모든 걸 이해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