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일이 우연의 술수로 벌어졌다는 점이 다른 무엇보다 모욕적이다. 그저 단순하고, 야만적이고, 둔감한 우연! 바로 그래서 치욕스럽다! 오 분, 기껏, 기껏해야 오 분 늦었을 뿐인데! 내가 딱 오 분만 더 일찍 왔더라면 그 순간은 구름처럼 스쳐가고, 그랬다면 그녀의 머릿속에 다시는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그녀가 모든 걸 이해하며 잘 마무리됐을 텐데. 이제 다시 텅 빈 방들, 나는 다시 혼자가 됐다. 시계추가 똑딱거린다. 시계추야 아무 상관도 없겠지, 안타까움도 없겠지. 아무도 없다. 바로 이게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