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크
이반 아비느이치는 소심한 작가이다.
"참된 사상이 부재한 세상이다 보니 희귀한 구경거리나 찾아다닐밖에 딴 도리가 있겠는가."(p 272)
먼 친척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무덤 속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쨌든 나는 저들이 인간들은 모르는, 그리고 모든 인간들로부터 숨기고 싶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결론지을수밖에 없다....
이런곳에서조차 하는 짓들이라니, 의식이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그 마지막 희망마저 타락시키고 축 늘어져 썩어가는 몸을 하고도 음탕한 생각에만 정신들이 팔려 있다니! 되돌아볼 순간들이 주어졌는데, 선물처럼 주어졌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정말 중요한 건, 그런 짓거리를 감히 이런 곳에서 벌였다는 점이다!"(p 298)
현실세계에서 공공연하게 난잡한 성생활, 사기, 배임, 횡령, 거짓말 등 수치심을 느낄만한 행동을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 커녕 도덕적 악취를 풍기는 사람들. 공동묘지에 가득하다. 생명의 불꽃을, 마지막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는 커녕 여전히 악취를 풍기는 그들은 이승이나 저승이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