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를 읽으며 소소한 궁금증이 하나 들었습니다. 바로 삼켜진 길을 따라 악어의 몸을 거슬러 올라가 나올 방법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반은 악어에게 삼켜진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뒤 이를 이용할 방법을 궁리하는 입장이기에, 관련된 언급을 작중에서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반같은 입장을 취하지는 못할 겁니다. 악어의 몸 속이라는 매우 특별한 상황이 정신적인 각성과 명예를 안겨줄 수도 있을지는 모르나, 세상과 직접적인 접촉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결국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계는 빠른 시간 내에 찾아오겠지요. 한계를 마주한 뒤 다시 악어의 몸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참한 상황만이 남아버리는 셈입니다.
따라거 제가 악어의 몸 속에 갇히게 된다면, 먼저 악어의 몸 속을 거슬러 올라가보거나 악어의 몸 속 내벽을 찢고 나갈 방법을 궁리해본 뒤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둘 것입니다. 바로 나올지 조금 더 머무르며 이후 세상에 미칠 영향을 기대해볼 지는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