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부르크에는 이상하게 외진 곳이 몇 군데 있답니다. 그곳에서는 페테르부르크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빛나는 그 태양이 아니라, 마치 그곳만을 위해 특별히 주문한 것 같은, 전혀 다른 새로운 태양이 뭔가 색다르고 특별한 빛을 발한답니다. 그런 외진 곳에서는요, 사랑스러운 나스텐카,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집니다. 우리처럼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한 시대를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머나먼 어느 미지의 왕국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삶이요. 음, 그러니까 그건 말이죠, 순수한 환상과 뜨거운 이상 속에 형편없게 지속하다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아무튼 지루한 산문 같은 평범한 뭔가가 뒤섞여 있는 그런 삶이랍니다"
이 궁벽한 곳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몽상가들이죠. 몽상가에 대한 이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몽상가들이죠. 몽상가에 대한 상세한 정의을 원한다면, 몽상가는 대체로 인간이 근접하기 어려운 구석진 곳에 정착합니다. 마치 한낮의 햇빛까지도 피하려는 듯 그 속에 숨어 지내요. 그리고 자신의 안식처에 한번 들어앉으면 달팽이처럼 아예 그곳에 찰싹 달라붙어버립니다. 적어도 이런 점에서 몽상가는 생물이면서 동시에 집이기도 한,저 흥미로운 동물, 거북이라 불리는 것과 아주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 몽상가는 왜 사방을 둘러싼 자신의 벽, 항상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고, 거뭇거뭇 때가 끼고, 음산하고, 도저히 봐주기 힘들 만큼 담배 연기에 찌든 그 벽을 그토록 사랑할까요? 어째서 이 우스운 신사는 몇 안 되는 친구들 중 하나가 자신을 찾아오면 그토록 당황해하며, 그토록 안색까지 달리하며, 또 그토록 곤혹스럽게 그를 맞이하는 걸까요? 마치 사방을 둘러싼 벽 안에서 방금 범죄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마치 위조지페를 만들다가, 아니면 자신이 쓴 시를 슬쩍 적어놓고는 이 시의 저자는 이미 유명을 달리한 친구로, 그의 유작을 발표하는 것이 친구 된 도리 아니겠느냐는 구구한 변명을 덧붙인, 익명의 편지를 잡지사에 보내려다 들키기라도 한 사람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