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독신자 아프트에 퇴역노병일 세입자가 들어왔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아스타피 아바노비치. 그는 자신의 승마바지를 훔쳤었던 알코올 중독자이자 식객 예멜리안 일리치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면식 없는 사이인 두사람의 관계는 이상적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인간관계의 모범이다. 승마바지를 훔쳐 술을 먹는데 탕진하고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술을 마시고 괴로워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예멜리얀. 그를 아들과 같은 마음으로 질책하고 연민하는 이바노비치. 비극적인 결말 또한 사회주의의 이상이 갖는 한계를 보여주는 결말이다.
그건 그렇고..죽기 직전에야 자신의 죄를 뉘우친다고 그것이 천국으로 향하는 면죄부가 될것인가? 예멜리얀을 <정직한> 도둑이라 표하는 건 너무 큰 포장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도둑놈보다 더 역겹고 더러운 족속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공짜로 얻어내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이놈의 도둑은 내가 죽어라 땀흘려 일해서 이룬 것을 훔쳐가지요, 내 시간을 훔쳐가고 말입죠."(p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