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몰입감이 있고 노인과 정서적 교감이 많이 되었는데 두가지 이유때문인 것 같다. 첫번째는 문체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하고 짧고 직설적이어서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바로바로 나에게 꽂힌다. 살짝 비켜서서 구경하는 느낌으로 읽는 책도 많은데 이 책은 나를 바다 한가운데로 끌고가서 노인의 미음과 동화하게 만든다. 또다른 이유는 뭘까 궁금했는데 살아온 세월인 것 같다. 젊은시절, 나름 삶과 씨름하며 감내해야 했던 치열한 고민의 세월을 보내고 중년을 지나면서 느낀 깊은 우울의 세월도 흘려보내고. 이제 어느정도 관조하고 받아들이는 때인 것 같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보이는 시절이랄까. 노인이 청새치를 잡고, 배에 묶인 청새치와 동반자의 느낌으로 귀환하면서 하는 말들, 그리고 뼈만 남은 청새치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며 공감이 된다. 청새치를 지키기 위한 상어와의 사투가 순전히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비록 자신의 전리품이 되었지만, 패배하였지만 굴복하지 않은 청새치 즉 자연에 대한 존중의 느낌이 있지 않았을까. 사라진 청새치는 재산의 실종이 아닌 그런 노인의 마음의 실종이 아닐까. 그래서 더 허무하고 그 허무함을 공감하는 소년의 울음이 슬프면서도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