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미저리인 줄 알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소년과 그를 돌보는 여자들. 어? 약까지? 너무 대놓고 미저리 아닌가?
이야기가 진행 될 수록 그 사이에 인간관계와 감정선들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진득하게 얽혀있다는 걸 알게 된 때는 이미 늦었던 것 같다. 소름끼치는 광기와 집착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처럼 그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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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요셉이 그를 잡아 세웠다. 갈 땐 가더라도 요셉, 마지막으로 너는 한번 안고 가야지. 그런 생각에 이른 안나는 코웃음을 쳤다. 요셉을 안는다니. 그건 납치라도 하지 않고선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이지, 납치라도 하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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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 사이사이에는 열등감이 짙게 깔려 있었고, 그 열등감으로 부터 나온 작은 마음들과 큰 마음들이 얽히고 섥혀 우연인듯 필연인듯 이야기가 진행된다. 띠지에 적힌 "나는 오늘 최애를 납치했다." 라는 문구가 인상 깊었고, 제목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이었다. 내가 만약 안나였다면, 요셉이었다면, 혹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의 감정이 어땠을지, 어떻게 행동했을까. 무언가를 열열히 덕질하는 한 명의 덕후로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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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정말로 이상하게 여기는 건 요셉의 존재 그 자체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소년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세요? 현실세계에도요? 암만 사랑의 힘이 세다지만 정말로 한 달 동안 대소변 수발을 들어주면서도 깨지지 않는 환상이 존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