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자 웃음이 났다. 간신히 이를 깨물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 그의 머릿속에 시체가 축축한 흙 속에서 썩어 양분이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찌꺼기가 된 자신의 몸 위로 푸른 싹이 트는 장면을 상상하며, 미희는 처음으로 자신의 쓸모를 증명받는 기분을 느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미희는 생각했다. 곧 있으면 살아 있다는 걸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유쾌했다. 좋았다. (e-book 94%)
백나리
2024.12.13 월나미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자 웃음이 났다. 간신히 이를 깨물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 그의 머릿속에 시체가 축축한 흙 속에서 썩어 양분이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찌꺼기가 된 자신의 몸 위로 푸른 싹이 트는 장면을 상상하며, 미희는 처음으로 자신의 쓸모를 증명받는 기분을 느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미희는 생각했다. 곧 있으면 살아 있다는 걸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유쾌했다. 좋았다. (e-book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