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의 공기를 기억한다면, 이 책은 그 자체로 헌책방이다. 헌책이 가득한 공간속, 그 뿌옇고 흐릿한 책장 사이들, 빼곡하게 꽂힌 책들, 공간 곳곳마다 서로에 기댄채 쌓여있는 책탑들, 누렇고 바스락이는 묘한 질감의 책장들, 그 속에 누군지 모를 여러 읽은 자들, 매만진 자들의 흔적들을 모으는 책방주인을 상상하며 읽는 이 시간들이 마치 다른 시공간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읽는 내내 이 책이 주는 묘한 감각들이 특별했다. 어느 것 하나 오감을 자극하지 않는게 사실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한 책의 낡은 질감, 헌책방의 묵은 종이와 먼지들이 뒤섞인 냄새들, 책등과 책장들로 가득한 이미지, 헌책방은 소리도 특별한데 공간들 사이에 울리는 공기가 두런두런 읊조리듯 들리는 거 같았다. 순전히 나의 경험으로 떠올리는 헌책방의 이미지이고, .그 공간을 추억하며 읽은 이 책의 맛은 어린 시절 즐겨먹던 길쭉한 봉지에 담긴 마카로니 뻥튀기를 떠올리게 했다. 이상한가… 그래도 어쩔 수 없는게 나에게 헌책방은 뻥튀기 맛과 너무 닮았다. 고급지지 않은데 기분좋게 바삭이고 묘하게 맛있고 질리지 않았다. 이렇듯 오감이 모두 반기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겁지 않을 도리가 없다. 더욱이 사진으로 첨부된 헌책들이 즐거움을 몇배로 부풀려준다. 보고 또 본다. 그 책의 질감과 오래된
책냄새, 거기에 쓰여진 흔적들이 모두 느껴지고 만져지는
듯한 착각이다.
작가가 운영하는 헌책방의 이름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나는 앨리스가 된 듯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헌책방으로 통하는 동굴속에 들어갔다 나온거 같다. 이 책의 작가이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책방지기인 윤성근 작가님은 앨리스를 모험으로 이끄는 흰토끼 같다는 생각을 내내 했던 거 같다. 즐거운 읽기와 모험이었다. 책방에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