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 슘코프는 리잔카와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온 날, 집으로 돌아와 룸메이드이자 절친인 에스페르 이바노비치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바샤는 행복한 마음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그런 바샤에게는 직장 상사인 율리안 마스타코비치가 건네준 필사 일감이 쌓여있었다. 다음 날까지 율리안 마스타코비치 책상에 올려놓아야 할 일을 말이다. 그러나 흥분된 마음에 좀체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랑하는 리잔카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좀 더 돈을 벌어야 하는데 말이다. 일을 기한내에 완수할 수 없을 듯하다. 바샤는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자신을 믿어주었던 율리안 마스타코비치의 실망을 살 것이고 그 일은 리잔카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집중하려 하면 할 수록 강박으로 인해 불안하고 산만해지기만 할 뿐 일은 진척이 되지 않았고 잠시라고 쉴 수조차 없었다. 급기야 바샤의 상태는 잉크도 묻지 않은 펜으로 글씨를 쓰며 텅 빈 백지를 넘기는 수준에까지 이르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은 일을 마치 못해 그벌로 군대에 징집되게 되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