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가 집으로 돌아갈 때는 이미 황혼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는 네바강으로 가까이 다가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강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차갑게 얼어붙은, 안개 자욱한 저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곳엔 마지막 노을이 수평선을 보랏빛으로 핏빛으로 짙게 물들이며 불게 타올랐다. 밤이 도시 위에 내려앉았고, 꽁꽁 얼어붙은 눈더미에 한껏 몸집을 불린 광활한 네바의 평원은 사위어가는 태양빛을 받으며 쏟아져내리는 작고 날카로운 무수한 서리 불꽃들로 쉴새없이 반짝였다. 영하 20도였다. 지칠 대로 지친 말들과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에게서 차가운 입김이 새어나왔다. 추위로 압축된 공기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울림을 만들어냈고, 강 양쪽 기슭에 늘어선 모든 지붕들에서 연기기둥이 거인처럼 솟아올라 한데 뒤엉키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면서 차가운 하늘로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그 모습은 마치 옛 건물 위로 새건물이 세워지는 것처럼, 또 허공에 새로운 도시가 세워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황혼이 짙게 깔리는 이 순간, 온 세상이 환상적인 마법의 세계인 양, 금방이라도 강한 자든 약한 자든 이곳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가난한 자들의 안식처든 힘있는 자들의 안락함을 위한 황금 장식의 궁전이든, 그들의 모든 거처와 함께 스르르 연기가 되어 어둡고 푸른 하늘로 사라져버릴 꿈인 양 느껴졌다. 이런 기괴한 생각이 홀로 남겨진, 가엾은 바샤의 친구에게 찾아들었다. 그는 부르르 몸을 떨었고, 그러자 그 순간 마치 전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어떤 강렬한 느낌이 온몸으로 밀려들면서 그의 심장이 갑자기 펄펄 끓는 뜨거운 피로 가득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제야 그는 이 모든 불안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복을 끝내 견디지 못한 가엾은 바샤가 왜 미쳐버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입술은 떨렸고, 두 눈은 이글거렸으며,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는 마치 이 순간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