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천천히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작가님이 써내려간 글들.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 해석이 불가능하기에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이 마음을 붙잡는다.”라고 말하는 작가님의 걸어간 발자국을 따라 걷는 '답설무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흑이 부재한 자리에 흑의 부재는 나타나고 있었다. 사라지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 그것을 붙잡아두고 싶어서, 나는 공책에 시의 문장을 따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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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 부재하는 것, 죽는 것에 대해 애정어린 시선을 가지고 쓰신 작가님의 글들이 아름다웠다.
특히, (4부 꿈을 꾸다, 아버지를 토하는)에
"빛은 잘 들어옵니까 바람은 불어옵니까/이상하지,
가둘 수 없는 것의 안부를 묻는 일"
이 구절이 담긴 이방인이라는 시는 <진주>가 연상되면서 작가님만의 언어로 아버지를, 그가 건너온 삶을,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고자 애쓰시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먹먹했다. 또한 작가님의 언어를 기억함으로써 잘못을, 어둠을 반복하지 않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보면서 이번 독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