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는 오직 두 명의 인물만이 등장한다. 남자와 여자, 이들이 이상한 관계에 있다는 걸 독자는 작품의 도입부터 깨달을 수 있다. ‘사랑을 시도’하기 위해 남자는 여자에게 얼마 간의 돈을 지불하고 자신이 요구하게 될 모든 것에 복종하기를 부탁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관계를 갖는다. 애무를 하기도 하고, 자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으레 할 법한 행위들을 남자는 여자에게 시도하지만, 끝끝내 ‘사랑’을 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남자의 이러한 시도는 전부 실패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육체적 친밀함이 의식의 차이를 감출 수 없다’(80p)는 옮긴이의 말처럼. 그리고 여자는 남자에게 ‘죽음의 병’에 걸린 것 같다고 말한다. 사랑과 욕망의 분리, 욕망할 수는 있으나 사랑할 수는 없는 병, 바로 소설 속 남자가 앓고 있는 병이다.
내가 해석한 <죽음의 병>은 이렇다. 사실 해석이랄 것도 없이 그저 감상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또한 뒤라스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직관적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텍스트에 휘둘려 많은 상상과 해석을 낳게 하는 힘. 짧은 페이지로 부담스럽지 않은 뒤라스의 작품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 작품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