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이 소유한 그 스무 개가량의 주머니들 가운데
어떤 것들을 달고 나갈지 오랜 시간 고심하지 않고 방 밖
으로 나오는 법이 절대로 없었다. 자신의 이동 범위에 관한 그녀만의 논리에 따라 세심하게 골랐다. 모렐 부인과 함께 요양원 내의 복도들을 돌아다니며 대화를
나눌 때는 셋 내지 다섯 개를, 정원의 오솔길을 걸을 때는 적어도 두 개 이상을. 그리고 이 마지막 여행을 위해서는,
버려진 공작새의 깃털처럼 수면에 떠 있는 것이 내가 세어본 바로는 모두 열네 개였다. 수레국화의 '와이번'은
거기서 삶을 멈췄다. 내가 흘러가는 바슐라르의 《물과 꿈》 을 한결같이 기다리는 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