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받아썼다. 넓은 바다를 쓰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진 못 한 것 같다. 이번 한 달간의 기록을 소중히 남겨둔 채 다시 책과 글의 세계로 떠난다. 함께 해서 재밌었다. 미션이 시작되기 전에는 100명이 넘는 신청자 숫자를 보며 떨린 것도 사실이나, 그들은 너무 쉽게 떨어져 나갔고 독려하는 방법 따위도 전무했다. 날이 갈수록 그저 온전히 나와의 약속인 게임이구나 싶었다. 돌아보면 가장 아쉬운 건 시인님을 줌에서 만나지 못한 날이다. 왜 하필 그날 나는 일정이 있었던 걸까. 그래도 시인님의 책 덕분에 이렇게 하루하루 우리말에 감사함을 느끼며 글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다. 힘든 인생을 고백해 주신 분도, 조금은 밝은 미래를 밝혀주신 분도, 시인님 못지않게 예쁜 글을 써 주신 분까지도. 그저 읽는 내내 좋았다. 이렇게 다 마치고 나니 어떤 교육이나 수업을 수료하고 가는 기분이 든다. 생각해 보면 나는 성실함 하나만이 무기였지 다른 건 없이 살았다. 그래서 매일 쓸 수 있었다. 못 쓸 거라 의심하지도 않았다. 미션을 시작하며 '초록을 입고' 마지막 빈 종이에 7월 1일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라고 썼는데, 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한 달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그걸 어찌 체감할 거라고 저렇게 써 놨나 싶다. 나는 그저 나일뿐이었다. 나를 나로 받아썼던 30일을 마치며 함께 한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