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작해야할까?
집에있는 뒤라스의 책들을 아직 내수준이 따라가지 못할것 같다는 두려움에 꺼내읽지 못했었다. 나에게 뒤라스의 첫소설이 『파란눈 검은머리』가 될지는 몰랐지만.. 뒤라스의 "이 이야기는 내가 글로 쓰게 되었던 사랑, 그중 가장 위대하고 가장 끔찍한 한 사랑의 이야기다." 이 한줄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부재와 복원과 사랑의 입체낭독극'이라는 옮긴이의 해설도 어렵게 다가오지만, 의미를 통솔해가는 독서보다는 말의결을 하나씩 더듬어가는 독서가 더 어울린다는 말이 위안이 된다.
사실 내용은 그와 그녀가 만난후, "운다" "잔다" 그리고 침묵과 말, 사랑이라고 정의하기에도 모호한 삼각관계, 사각관계가 이 소설의 전부다.
주체가 불분명한 대화는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말과 문장의 결, 소설 속의 반복되는 오브제, 시각적상상력을 더한 연극무대의 배경에 집중하면 조금더 쉽게 읽을수 있을듯하다.(마리아 칼라스의 Norma 배경음악까지 더한다면 더 금상첨화일지도)
폐쇄된 방. 그리고 방에있는 바다가보이는 테라스와 노란불빛이 비추는 중앙, 늘 여자와 함께하는 검은 실크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공간안의 오브제들은 시각적상상력을 놓치지 말라는 작가의 주문같다.
서술자가 계속 이야기하는 듯한 비어있는 듯하면서도 단순한 동사의 등장. 앞서도 언급했지만 '운다, 잔다, 말한다, 듣는다... 등'의 짧은 동사가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의 흐름에 몰입되게 해준다.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 테라스에서 보는 바다는 때로는 너무 가까이, 때로는 너무 멀리 있다.
바다의 거리감과 함께 그와 그녀의 변화되는 감정을 찾아가는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또하나의 묘미가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