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쓸 수 있을까
턱없지
눈을 질끈 감는다
넓고 크고 깊고 짠 물
제 아무리 튼튼한 배를 타도
압초에 부딪힐 것이다
갑판에 서서 하릴없이 휘청일 때
빙산처럼 떠올랐던 문장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것이다.
바다를 받아쓸 수 있을까
그대로
곧이곧대로
어림없지
곧바로
넓고 크고 낖고 짠 상념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소금기와 숨은 열까지
머릿속 염전에서 말라붙는다
쓴 것에서는 턱없이 쓴맛이 난다
묵묵부답으로
난바다가 되어가는 바다
-바다쓰기
시인 오은
오은을 만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