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도로면의 온도가 아슬아슬하게 빙점 언저리여서겠지만, 이렇게 많은 눈이 조금도 쌓이지 않고 흔적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해할 수 없는 대기의 작용으로 바람이 갑자기 정지하는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커다란 눈송이들이 얼마나 느리게 하깅하는지, 달리는 버스에서가 아니라면 정육각형의 결정들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바람이 다시 몰아치기 시작하면 마치 거대한 팝콘 기계가 허공에서 맹렬히 돌아가는 듯 눈송이들이 솟구쳐오른다. 눈이란 원래 하늘에서 내리는 게 아니라 지상에서부터 끝없이 생겨나 허공으로 빨려 올라가는 거였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