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악 수필을 오랜만에 읽었다. 그의 넓고 깊은 음악 지식과 애정을 다시금 실감하며, 하루키의 취향을 탐색한다는 명분 아래 실은 내 취향과 은근히 비교하는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그가 책에서 소개하는 음반을 찾아 들으며 그의 표현을 곱씹어보기도 하고, 나의 얄팍한 음악 지식을 머릿속으로 전시해보기도 하면서... 책의 중반쯤을 지날 때에는 하루키가 확실히 교향곡을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그에 비해 나는 단연 피아노 독주를 선호한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깨달았다기보다 원래도 그러했기에 오호, 나는 그러하다네~ 땅땅땅!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었달까.
또 취향 이야기가 나와서 얘기인데 나의 음악 취향은 재즈-팝-클래식-가요 순인지라 하루키가 재즈 레코드 이야기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과거 재즈 에세이를 내긴 했으나 그건 재즈 뮤지션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으니 이번에는 '음반'에 초점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 분명 재즈 레코드도 엄청나게 수집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사실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2>를 읽고 전체적인 인상이나 어떤 후기를 남기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고, 하루키가 권두에 써 넣은 서문에서 말한 '음악의 호불호'가 이 책을 읽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와 타인의 성향과 취향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바탕이라는 생각에 몇자 옮겨 적어본다.
"음악의 호불호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는 어디까지는 유동적, 즉감적인 호불호이고, 또하나는 성향에 기반한, 절대 흔들리지 않는 호불호다. (중략) 어느 쪽이던 어디까지나 나 개인의 '감각'이고 나 개인의 '성향'일 뿐이다. (중략) 하지만 그런, 말하자면 제먹대로인 '호불호'가 있기에 우리는 음악에서 저마다 개인적인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_(11쪽)
그렇다. 우리는 저마다 호불호를 갖고 있고, 이것은 음악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되는 것이다. 어느 것이 무가치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는 개인적인 가치.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을 들려주고 타인의 취향도 들으며 공감하고 서로를 발견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레코드 수집가는 아니고, 최근에는 덜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CD를 사서 모으는 '가벼운' CD 수집가였는데, 이 책 덕분에 오랜만에 좋아하는 CD를 꺼내 들으며 음악의 소중함을 음미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