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짜리 우리 조카는 요즘 캐치 티니핑과 쨍한 분홍색 매니큐어에 단단히 빠졌다. 동생에게 왜냐고 물어보니, 요즘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여자아이라고 한다. 어른들은 벌써부터 여자친구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한다. 다섯살은 친구와 어울리는 데 아무 것에도 개의치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며 보니, 나이가 들면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지현이 승미에 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머뭇거리듯, 어른들은 관계를 시작하는 것에 조심스럽다. 마치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듯. 마음 속으로는 참 많이도 외로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