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이 누그러지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지만 안나는 거기 끼지 않았다. 그는 엉뚱하게도 남자가 지나가는듯 말한 호칭을 곱씹는 중이었다. 남자는 분명 아가씨들이라고 했다. 아가씨들끼리 이 밤에 왔다고. 미희와 나미는 아가씨가 맞았다. 하지만 자신은? ……아니엇다. 쓰리지만 사실이었다. 남자는 '아가씨'가 아닌 자신의 존재를 무시한 걸까? 아니면 어둠이 주름을 가린 걸까? 차 안에 미희와 나미가 없었다면 남자는 자신을 무어라 칭했을까? 안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두운 탓에 남자가 자신을 젊게 본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차에서 내려 저 남자의 머리통을 깨부숴야 마땅했으니까. (e-book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