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을 통해, 그리고 여성을 통해(여성을 탐닉하고 그 안에서 안정을 취하려는 것은 유년시절 어머니의 부재에 의한 상실감때문일듯..) 감각을 일깨우고 예술에 대한 고뇌를 했던 골드문트.... 그 반대에 있는 이성적인 나르치스...
이 책을 읽는 동안 골드문트를 이해하고자 했지만 그렇게 오랜시간을 방랑해야만 했던 것일까? 골드문트의 방법이 맞았을까? 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겨웠기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골드문트가 여성을 어머니, 에바로 그리기도 했으나 성적으로 취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부분이 많았으므로 이해하기 더 어렵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포지션이 헤르만헤세의 다른 책에 나온 등장인물과 몇 겹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나르치스는 상대 등장인물을 깨우치게 이끌고 도와준다는 점에서 데미안, 유리알 유희의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를 떠올리게 하고 골드문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인도자를 만나 성장한다는 점에서 싱클레어, 싯다르타를 떠올리게 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재미있게 읽었고, 속도감 있게 읽었지만 (헤르만헤세의 작품들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