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산책>
우연함과 융통성이 부족한 나는 우진형의 땜빵으로 토요일 9시에서 6시까지 일당 만원짜리 꿀 알바를 맡는다. 헤드기어를 쓴 무구한 표정의 스무살 청년 한두운. 자폐증과 지체장애를 갖고 있다. 바닥에 침을 뱉고 자해를 하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했다.사람이 없는 곳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선릉산책을 하게 된다. 그와 친해지기 위해 계속 말을 걸다가 혼잣말도 하게 되었다.
"어딘가 영혼을 두고 텅 빈 육체로 산책을 하러 나온 꿈꾸는 남자. 깨고 나면 모두 사라질 길과 풍경 속을 휘청휘청 걷는 자의 시적인 하루같은. 물론 지나친 망상이겠지만."( p 82)
음식점에서 식탐을 부리며 소란을 피우는 그를 제지하면서 꼬집는 나. 순간 달팽이 더듬이 처럼 위축된 두운과 서둘러 음식점을 나왔다. 그와의 산책을 이어가며 나는 그를 이해하려 애쓰면서 불편해 보이는 가방과 헤드기어를 벗겨주었다. 한두운을 기분이 좋아졌고 우리 사이는 '파피용'에 대해 이야기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대로 아름다운 작별을 하나 했건만, 급한일이 생겼다는 보호자는 일방적으로 3시간을 더 부탁하고 화가난 내가 열을 삭히는 동안 한두운은 불량해 보이는 친구들과의 시비에 휘말렸다.
"한두운이 가드 뒤에 엄청난 살기를 뿜으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p 101)
"그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묘한 떨림이었다. 몸이 떨리고 있는 게 아니라 몸속 깊숙한 곳에서 엔진이 작동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뒤 나는 그것이 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두근두근 뛰는 게 아니라 고장난 기계처럼 두두두두 뛰고 있느 것이다."(p 102)
다친건 나인데 힘든것도 나인데 보호자는 나에게 언성을 높인다. 미안한 마음과는 달리 내입에선 '조용히 좀 해요'말한다.
우리 모두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지 가끔 생각해 본다. 기능적 쟁애 뿐 아닌 내면적 장애. 아무도 모르게 감추어 논 그것은 여차하면 꾸물꾸물 새어나오기도 한다. 또한 약자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마음은 얼마나 위선적인 말인가 생각해 본다. 타인을 이해하고 헤아린다는것은 결코 쉽지 않은 말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