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
"그만 살기로 했어.(p30)
그렇잖아도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하다하다 이제는 엄마까지. 엄마라는 자가 아들한테 할말도 유분수지, 온갖 원망과 짜증을 쏟아부어도 차분히 돌아오는 말은 동일한 말이다.엄마의 마음을 아무리 헤아려 봐도 알 리가 없다. 그러나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했다는 엄마의 말에는 무게가 실려있다. 진수에게 말하진 못했다며 알아서 잘 말해달라는 엄마의 행동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김포공항 대합실에서 CCTV시스템 공항입찰건으로 연락을 기다리던 성수는 엄마와 강화도로 향한다.
"눈 내리는 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 걸까. 비보다 무겁고 딱딱할 것 같은데 눈은 많이 내릴수록 고요해진다. 어둡고 차가운 겨울의 세계"( p 43)
세살된 둘째가 차량 후진 사고로 죽게된 연유. 각자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과 희미한 안개같이 서로에 대한 의심은 온기와 다정함을 앗아갔다. 그때도 엄마의 극단적 시도는 한차례 있었다.
"두려워하는 건 반드시 찾아와...
어떤 일 때문에 무너지는 게 아니었다. 일이 일어나지 않게 버티는 힘으로 무너지는 거였다. 안에서 밖으로 점점 갈라지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초라한 집 한 채. 그래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어리석은 삶."(p 59)
"전부터 가고 싶다고 했잖아... 네가 데리고 간다며, 그랬으면서 별거 없다고 또 안 데리고 가고."(p29)
엄마는 외로움에 투정을 부리는 것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미안하다고. 미안해서 내가 이렇게 죽고 싶다고. 그러면서도 아들 손에 구해지길 원했는지도.(p53)"
미안한 마음에 아들에게 보이는 행위의 일종이자 구원을 바라는 신호인걸까?
극복하려고 노력을 해도 극복하지 못하는 힘든 사람에게 왜 그것하나 이기지 못하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냐고 하는 말따위가 얼마나 무용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엄마의 다짐을 꺾지 못하겠다는 엄마와 아들의 마음을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가끔 사람들이 세상과 작별하기전 마지막 힘을 담아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들과 작별의 만남을 갖는 경우가 이런것인가 싶다가도 마지막까지 서로의 가슴에 대못이 박힐 상황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마음 먹은 사람에게 그런 마음 먹지 말라고 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처음부터 그런 마음을 못 먹게 했었어야지. 먹은 마음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p58)는 말이 조금은 알것도 같은 인생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