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일단 시작하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미리 보기로 책을 읽은 순간부터 이 대서사에 들어간 이상 쉽게 나오지 못할 거란 걸 깨달았다. 과연 완독한 지금의 느낌은 허탈한 기분마저 든다. 고래처럼 거대한 스토리에 완전히 잡아먹혀 고래 배 속에서 헤매다가 겨우 빠져나온 기분이랄까. 타고난 이야기꾼처럼 느껴지는 작가는 거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미리 결과를 알려주기도 하고, 한 번 만난 인연은 또 한 번 만날 수밖에 없다는 억지를 부리기도 하는데 그 모든 게 '말도 안 돼'라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일처럼 받아들여졌다. 무언가에 홀린 것도 같고, 긴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것도 같다. 또
한번 금복을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이야기에 끌려가기보단 속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며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