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선량하고 상냥한 사람이지만, 마음이 여려, 여려도 너무 여리지. 리자베타 미하일로브나도 너의 그런 점을 진즉 눈치챘고. 게다가 너는 몽상가이기도 하지, 실은 그것도 좋지는 않아. 바샤, 이러다 정신이 나가버릴 수도 있다고! 내 말 좀 들어봐, 나는 네가 뭘 원하는지 알아! 너는, 이를테면, 네 결혼 소식을 들은 율리안 마스타코비치가 정신을 잃을 듯 좋아하면서 너무도 기쁜 나머지 무도회라도 열어줬으면 하나본데...... 아니, 잠깐, 잠깐만! 너, 얼굴을 찡그리는구나. 봐, 내가 한마디한 것 가지고도 너는 율리안 마스타코비치 생각에 발끈하면서 불쾌해하잖아! 그래, 그를 찾아가지 않을게. 너도 알다시피 나도 너만큼 그를 존경하니까! 하지만 너도 내 말에 반박 못할걸. 네 결혼식 때 이 세상에 불행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를 네가 바랄 것라고 믿는 내 생각도 막을 수 없을 테고...... (.....) 너는 이미 오래전부터 방식만 달랐지 내게 여러 차례 지금과 거의 똑같은 마음을 표현해왔어. 너는 네가 행복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들도 전부 단숨에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거야. 너만 혼자 행복하면 마음이 아프고 괴로우니까! 너는 지금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그래, 양심에 거리낌이 없도록 뭔가 공을 세우고 싶었겠지! 나는 네가 자신의 열정과 능력...... 그래, 네 말대로 감사의 마음을 보여줘야만 하는 바로 그때, 갑자기 게에름을 피운 꼴이 돼버렸으니 얼마나 자책하게 될지 이해해! 율리안 마스타코비치는 너에게 기대를 걸었는데, 그 기대가 무너진 것을 본다면 얼마나 눈살을 찌푸릴까, 어쩌면 화를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끔찍할 거야. 자신의 은인이라 여기는 사람에게서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겠지. 더구나 이런 순간에! 네 마음이 기쁨으로 넘치고 누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쏟아야 할지도 모르는 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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