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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혹은 몇십년 전에 일어난 사건들이 동시대 사건인 듯 생생히 느껴지기도 하고, 한 달 밖에 안 된 사건들과 낡은 감정들이 멀게만 느껴지고 결국 기억에서 깨끗이 지워지기도 한다. 시간은 가늘어 지기도 하고, 길게 늘어지기도 하고, 수축 되기도 하고, 손으로 만져질 정도로 응어리가 지기도 하고, 짙은 안개가 점점 엷어지다가사라지는 것처럼 분해되기도 한다. 서로 교차하고 갈라지는 많은 철길을 보듯이 그 위에서 시간은 여러 방향으로 달리다가도 역방향으로 내달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