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중 1부를 가장 인상적이게 그리고 가장 여러번 읽어서 기억에 남는 시와 구절이 참 많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백지는 구두점의 무덤이다>와 <검은 돌은 걷는다>에서 밑줄을 쳐 놓은 구절들이 서로 이어지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구두점이 검은 돌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요
<백지는 구두점의 무덤이다>에서
'구두점은 기도하듯 묻는다. "부서지면서 걸어야 하는 까닭은 왜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대답이 바로 밑에 이어지기도 하겠지만
<검은 돌은 걷는다>에서도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부딪히면서 빛났고 부서지면서 끝없이 말하고 있었다'
'검은 돌(구두점이라고 봐도 될까요?)은 걸어가고자 했고, 걸어가고자 하는 하나의 정신이었으므로, 걸어가고자 하는 것만이 그의 정신이며 또 마음이었으므로, 걸어가고자 하는 돌은 영원히 걸어가고 있었다'
에서 말이죠.
많은 이들이 1부에서 좋아할 시가 <천 하룻밤의 꿈> 같은데요
저도 그 많은 이들 중 한 명 같습니다.
'오래된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책이 쓰인 날로부터 내가 읽는 날까지 흘러간 모든 시간을 읽는 일이라고 한다.'
책 좀 읽는다 하신 분들은 다 여기에 밑줄을 쳐놓으시지 않았을까요? ㅎㅎ
<토성의 고리>는 형식적으로도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1부의 소제목인 '받아쓰다'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구요
'소설가 친구가 자신이 읽은 소설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필사본의 필사본을 내게 보여주'며 '토성 음악을 비밀히 받아적는 누군가'라는 내용과 형식이 등장하니까요
1부의 모든 시가 이 받아쓴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통일성이 느껴져서 그렇지만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 참 좋았습니다.
<토성의 고리>에서는 엉뚱하게
'아이의 눈 속에서 시는 느리게 흘러갔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다'에 밑줄을 치고 별표도 그려놓았습니다.
다 적고보니 사실 1부 시들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시는
"모든 시"인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