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 소설가 님의 소개(우시사 레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시집을 여는 시 <눈의 손등>을 읽고, 시집을 닫는 시까지 읽고 싶어졌어요. 아름다운 만듦새의 시집을 손에 꼭 쥐고 집에 돌아와, 이미 한 번 읽었기에 더욱 떨리는 마음으로 첫 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내 발에서 물을 빼내는 일을 도와준 남자의 친구가 몸에서 흔들리는 종소리를 들었을 때, 고인 줄도 모르고 있던 눈물이 툭 떨어졌어요. 시를 읽는 이유는 일단은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시를 어려워했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뭐라도 느껴야만 한다는 강박 때문에 시를 좋아하지 못했었는데, 우시사 덕분에 조금씩 시와 가까워지고 있고, 그런 변화가 일상에 색채를 더해주고 있어 기뻐요. 장혜령 시인 님이 소설을 먼저 내셔서 그런지(혹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글쓰기를 지향하셔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나 이유 없음으로) 제게는 비교적 소설에 가까운 시로 느껴졌어요. 저는 아직 시보다는 소설에 익숙한 사람이라, 낯섦과 익숙함의 비율이 제게 적당하더라고요. 애정하는 편집자k님과 함께 읽는 시집이라니, 두근두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