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분실은 ‘내외문화사’라는 출판사 간판을 달고 있었다. 그곳은 출판사가 아니지만 출판사였어도 늘 기차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어떻게 원고를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무 집도 사무실도 건물도 가게도 없는 곳에 출판사가 있고 그곳이 정말로 출판사라면 출판사의 직원들은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기차 소리를 참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보려 했지만 역시 그럴 리는 없었다. 내외문화사라는 그곳에서 부림 사건 관련자들과 미문화원 방화 사건 관련자들을 비롯한 부산 지역의 민주화 운동 관련 인사들이 조사를 받았다고 하는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은 고문을 당했다는 뜻이 된다. 기차 소리는 고문을 하는 소리와 고문을 당하는 소리를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