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 단편 제목을 ‘반려빛’으로 보고 오, 시적이야, 제목 멋있네, 반려돌 같은 부류인가 기대하며 사놓고 읽으려고 보니 제목이 반려’빚’이었다는 슬픈 사연이 있다. 20대의 빚도 슬프지만 40대의 노안도 안타깝다. 북토크가 있는 오늘은 안구 실핏줄 터져서 안과 다녀온 날이자 ‘세계 책의 날’. 이러다간 삶의 기쁨인 독서도 제대로 못하는 날이 머잖아 도래할까 싶어 두렵다.
제목에도 보이듯, 이 작품은 이 시대 한국 청년의 두 문제인 경제상황(빚)과 관계적인 부분(반려)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포세대를 말하는 배후에는 늘 돈이 있고 돈이 없으면 평범이라 말하는 범주에 들기 매우 퍽퍽한 세상. 그래서 빚이 연인보다 가까운 반려가 된 세상.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듯 하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아리다. 헤어지고, 원하지 않는 사람과 반려가 되거나 다시 깨지거나 소원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빚이라서.
마지막 부분의 0인 상태. 부채도 소유도 없는 무의 상태. 다만 나 홀로 남아 연인이 될 관계도, 그 대신 벗(?)이었던 빚도 사라진 상황에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놓여있는 듯 해 안타깝다. 적어도 내가 바라는 0은 해야만 하는 모든 투두리스트에서 벗어나는 제로가 되는 파이어족의 삶이었는데, 요즘에는 살아남기 위해 우선 빚부터 청산해야하는 세대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