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뫼 작가는 이번 '미래 산책 연습'으로 처음 만나게 된 작가이다.
'독파' 챌린지 목록에 있는 것을 보고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했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풍경의 표지와 <미래 '산책' 연습>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의 내용을 단단히 오해한 채.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의도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부산에 놀러 가고 싶어진다.
서울과 부산 양쪽에 다 자신의 집이 있는 수미가 너무나도 부럽다.
나도 태어나기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8개월 때 아빠가 서울로 발령 나면서 부산을 떠났다.
말만 부산이 고향인 거지, 부산에 대해서는 유명 관광지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런 부산이 이 소설의 주요 배경이다.
물론 부산의 관광지 같은 밝은 이야기를 다루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이 소설의 전체에 짙게 깔려있다.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에서 직접 불을 붙였던 여학생 4명 중 한 명이 이 소설의 주인공, 수미의 언니, 윤미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거대한 원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수미가 머물고 있는 도쿄의 호텔에 부산 시절의 친구 정승이 놀러 온다.
그리고 거기서 정승은 수미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겠다고 한다.
정승이 수미에게 무엇을 얘기해주는 것인지를 알고 싶으면 이 소설의 첫 부분을 읽으면 된다.
그렇게 이야기가 한 바퀴 돌아간다.
이 소설에서는 '자신이 바라고 바라서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미래를 믿으면 그 미래를 현재로 삼아서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그 문장뿐만 아니라 이 소설은 내용 자체도, 구조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기묘하게 섞여있다.
80년의 광주와 82년의 부산과 현재, 그리고 이제는 미래가 된 현재가 함께.
거기에 수미가 부산에서 만난 최명환과 그 주변 사람들, P씨 등의 이야기도 덧붙여져 있는데, 수미, 수미의 언니인 윤미, 정명환은 각기 어떤 시대를 상징하는 느낌까지 든다.
이 소설 속의 정명환은 사실 실제 하는 인물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수미를 품어주는 부산 그 자체인 것 같은 느낌?
만약 실제 저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나도 꼭 알고 지내고 싶다.
부산 곳곳의 지명들이나 상호 등이 나열되어 있어서 나중에 부산에 가보게 되면 한 번 찾아보고 싶어진다.
특히 '석기시대'라는 중국집, 꼭 찾아볼거다.
거기서 오향장육도 꼭 군만두와 같이 먹어보고 싶고.
이 소설은 첫 부분만 꽤 여러 번 읽었다.
딱히 어려운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책이 나를계속 밀어내는 느낌이었다.
책에 조금 적응했을 즈음에 뒤늦게 작가의 문체가 굉장히 독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문장이 그냥 이어져있는 것 같은 문체인데다가 중간에 쉼표도 하나 없다.
읽기는 했는데, 내용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아서 읽고 또 읽은 문장도 꽤 많다.
흔히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 소설에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생각을 조심 또 조심하며 피력하는 느낌.
다루고 있는 사건들이 워낙 어두워서 그런 것인지 박솔뫼 작가의 문체가 워낙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되는 작가이기 때문에.
뭔가를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 느낌이라 조금 답답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참 읽기 힘든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