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잘 못 되어간다는 인식은 늘 하고 있다. 책을 읽거나 뉴스를 볼 때마다 나오는 주제들로 벌이 사라지고 식물이 열매를 못 맺어 식량이 줄어들고, 빙하가 녹아 바다 수위가 높아진다는 얘기들. 안전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하고 하청에 재하청으로 문제가 생기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들으면 늘 화가난다. 그래도 나는 살아간다. 화를 표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거나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그저 살아간다. 희주처럼 소비를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회용을 자제하고 배달음식을 자제하는 노력들만 시도해본다. 그러나 순간일 뿐이다. 그래서 부끄럽다고 느끼면서도 또 잊고 살아간다. 그래서 주호와 희주를 보며 조금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