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에 몰두하던 행복한 시절에 이 여행을 할 수 있었다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으리라. 그러나 내 존재는 이미 시들었기에 오로지 이 끔찍스럽게 중요한 주제에 대해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들만 만났을 뿐이다. 사람들과의 동석은 짜증스럽기만 했다. 혼자 있을 때만 하늘과 땅의 풍광들로 내 마음을 채울 수도 있었다. 앙리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달래주었고, 이렇게 스스로를 속이고 덧없는 행복을 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분주하고 무관심하고 즐거워하는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 절망이 되살아났다. 나와 다른 인간들 사이에 있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