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내면으로 침잠한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레너드가 내게 말한다. "나는 관심 대상이 아닌 거야. 관심 끌 만한 면은 그 사람들을 두렵게 하고."
하지만 그저 무의미하게 지나갔을 저녁에 그의 말이 부여한 명징함 덕분에, 삶이 조금은 더 견딜 만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하나야."
나는 레너드를 만나자마자 결론을 내렸다. "너는 나고, 나는 너야, 서로를 구원하는 게 우리 의무고." 이런 감상이 헛다리를 짚은 것이었음은 몇 해가 지나서야 깨달았지만.
사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토를 힘겹게 횡단하다 국경이 맞닿는 곳에서 이따금 만나 서로에게 정찰 기록을 건네는 고독한 두 여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