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갈수록 사회 변두리로 향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 이 응어리진 쓰린 가슴을 달래주는 건 오직 도시를 가로지르는 산책뿐이었다. 사람들이 계속 인간으로 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반백 가지 방식, 변화무쌍하고도 기발한 그 생존 기법들을 거리에서 보다 보면 팽팽했던 무언가가 느슨해지고 넘칠 듯 찰랑대던 게 빠져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온 신경종말에서 일제히 날을 세우던 거부감이 슬며시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거부감은 나의 동헹이 되었다. 북적대는 거리에서만큼 혼자인 적은 없었다. 이 거리에서, 내 자신을 상상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거리에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관념인가. 그건 내가 오랜 세월 레너드와 공유해온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