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의 정치를 공유하는 사이다, 레너드와 나는.
운명처럼 지워진 사회적 불평등 속에 내던져지듯
태어났다는 강렬한 감각이 우리 두 사람의 내면에서
활활 타오른다. 우리의 화두는 살아보지 않은 삶이다.
각자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불평불만의 땔감으로 쓰기
딱 좋은 조건—얜 게이, 나는 짝 없는 여자—이 우리
삶에 마련돼 있지 않았더라면 우린 그런 불평등을 직접
만들어내기라도 했을까? 우리 우정은 이 질문에 천착한다.
기실 우리 우정에 나름의 언어와 성격을 부여하고 우리
우정을 정의내리는 것은 바로 이 질문이며, 통속적
인간관계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있어서도 이제껏 내가
겪어본 그 어떤 친밀함보다 이 질문에서 더 많은 실마리를
얻었다.